식물 키우는 생활이 나에겐 참 멀었다. 어쩌다 선물받은 화분들은 방치되기 일쑤였고 선인장 조차 함께 공존해나가지 못했다. 이건 내 안의 생활과 조화롭지 못했기 때문이다. 조화롭게 함게 생활하는 방법. 식물과도 꽤나 중요하다. 채식을 결심하고 식물이 좋아지고 내가 먹는 야채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.
게다가 저번주 멜로디 잔치에서 덥썩 받아온 오클라 모종이 화근이었다. 이 아이를 어쩌야할까 일주일동안 물만 주다가 그래! 오늘은 심어보자 했다. 또 마침 시장에서 나도 모르게 상추씨앗까지 사왔다. 흐흐

요 일주일간 어디에 어떻게 심을까 고민했다. 그리곤 주변의 화분들을 관찰했다. 생각보다 화분은 아무거나 어떻게든 할 수 있다. 집앞에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페트병 두개로 상추를 심었다.

스티로품 박스 화분이 제일 많았다. 나도 심어봐야지. 진짜로 자르기도 편하고 구멍도 뚫기 편하다. 게다가 넓다.

오줌 싼 거 같네 ㅋ
여기에는 이름모를 씨앗을 심었다. 작년 이맘 때에 일본에 갔다가 자연농을 하시는 농부아저씨께 얻어온 씨앗. 이제서야 싹이 트려나.

집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꽤 뭐가 많이 자라있다. 봄은 봄인가 보다. 여기저기 초록색~

요 오른쪽 놈이 바로 오클라. 일주일새에 작아진 거 같아. 잎도 누군가 갉아 먹었다. 괜찮아 나눠먹지뭐. 자연의 생존법칙이니까. 화분은 집앞에서 주웠다. 두개나.

우리집 건물은 원룸식 건물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산다. 누군가 마주치는 일도 별로 없다. 다들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뭐 만약 싹이 트고 막 자라난다면 함께 나눠먹어도 좋겠다. "만약 자라나면 드셔도 됨" 꼭 자랄 자신은 없기에..

이렇게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. 혼자서 작업복 입고 호미하나 달랑 들고 맨손으로 흙 만지고 냄새도 맡고 지렁이도 만났다.

예쁘다. 헤헤. 싹이 자라나면 더 예쁘겠다. 아빠가 좀 늦었다했지만 그래도 괜찮아. 내가 뭐 항상 늦지요.
식물을 키우는 건 키우는 게 아니라. 그냥 내 안에 함께 자라게 하는 건가 싶다. 생활 속에 어느 리듬으로 안정적이게 함께 쑥쑥 자라나길..